2015년 미국에 처음 이민온후 어리둥절 어리버리했던 시간들
한국에선 분명 공공장소에선 따로 볼륨을 낮추어야했던 나의 큰목소리가 개미목소리 처럼 작아졌었고
나름 영어를 좀 한다고 했던 나였는데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붙어있던 안내장이 무슨소리인지 모르겠었고
한국에서 미국친구도 많이 있었고 나름 대화도 잘 되었었는데 왜 미국땅에서 마주한 미국인은 또 다른건지
한국을 안다고 하지만 여기선 한국전쟁이야기를 하고있고
나는 빠르고 윤택하고 편리한 나라에서 왔는데 왜 그들은 나를 그런 나라에서 온 사람인걸 모르는지
매일매일이 신기하고 새로웠지만 매일매일의 다큰 어른의 또 다른 어른되기 수업이었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였던거 같다. 미국 이민 초반에 와서 놀았던 친구들도 참 좋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성향과 나와 잘 맞아서 친구가 되었다기 보단 내가 사는 동네에 유일한 친구였거나 아니면 유일하게 같은말을 써서 잠시나마 내가 한국말로 말할수 있는 친구였다거나..
근데 그 시절엔 나에게 많은 옵션이 없었다.
우리집 김치를 보고 역겹다고 하는 촌스러운 미국친구와 또 다시 봐야하는 상황
그런 말을 한 친구에게 따끔한 말 또는 차디찬 물이라도 뿌려주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무말도 못하고 "왓?" 하고 말아버렸던 시간. 나는 이 낯선 땅에서 학교를 나오지도 직장이 있지도 가족이 있지도 않았다.
나를 알아주는건 고사하고 심지어 나의 나라와 문화를 알아주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맘맞는 친구와 내 본질을 드러내기가 어디 쉽겠는가
그런 시간들이 지나 올해로 벌써 6년이 넘은 미국이민생활
이민자라서 힘든것도 많았지만 그 만큼 소중하고 좋은것도 많았던 시간들.
이민와서 가장 빨리 그사회에 적응할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는 단연 그 사회의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해보는거 인거 같다. 학생이라면 미국에 있는 학교에 가는것일테고 나는 이미 큰 어른이 되어 미국에 와서 학교에 다시 들어갈 여유는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미국에 와서 비자를 기다리고 있을때 신랑이 비자나오기 전에 얼른 이력서 준비해서 비자나오면 바로 회사 들어갈 준비하고 있어 하는데 그시절엔 그 말이 서럽기까지 했다. 보통 이민오면 2년정도 적응기간 지나고 나서 직장도 잡는다는데 나는 온지 6개월쯤 부터 직장잡을 준비를 해야한다는게 사실이 두려웠다. 한국이였으면 몸이 근질거려 바로 일을 하고 싶었겠지. 근데 외국에서 슈퍼하나 가는것도 프로젝트인 나에게 직장이라니.. 누가 내 영어를 못알아들으면 어떻게 아니 내가 상사의 말을 못알아들으면 어떻하지? 아니 그건 둘째고 이력서도 내가 찾아쓰고도 몬소리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라는거야!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 그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두려움 이었다. 남편은 옷가게가서 옷을 개는일을 해도 좋으니 미국에 있는 한국회사는 얼씨도 하지마 무조건 미국회사에 들어가야해. 그게 어떤일이든 미국회사여야만 되 라고 했다. 사실 일을 알아볼때 한국회사를 들어갈까 하고 잠시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미국에서 학교도 안나왔는데 이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찌 이해할것이며 나의 한국에서의 경력들은 어떻게 알것인가. <미국직장 생활에 대해선 다음 이야기로 더 자세히>
어찌됬든 남편에게 떠밀려 일하게 된 미국회사에서의 시간들이 비록 나에게 맞는 직장은 아니였지만 그 시간들이 나를 미국에서 빨리 적응할수 있게 해주었고 무엇보다도 한국에 놓고온 나의 진정한 자아를 다시 데려오는데 큰 역활을 한거 같다.
그러니 부디 이민을 갔다면 현지인들과 같이 일할수 있는 상황에 자신을 내 던져 보시기를.. 비록 그 일이 나의 적성이 아니다 하더라도 그런 시간이 한겹 한겹 쌓여 정말 내 적성을 뽐낼수있는 일을 할수 있는 고국에 두고온 진정한 나를 다시 찾아 낼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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