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 pm

성숙해 지는 소리?

옛말에 아니 요즘말에도 결혼을 하면 성숙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 그냥 입으로만 내뱉었던 소리가 요즘 소울까지 합해서 입으로 나오는거 같다


어린시절 처음으로 내가 조금 철이 드는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던건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였다. 대형마트에서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우리가 쉽게쉽게 가져다 카트에 넣던 그 물건들의 진열이 세상에 그렇게 힘들줄이야.. 산만한 카트를 창고에서 가져다가 활주로만큼 넓게 느껴지던 대형마트 매장으로 가져가는것은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하고나니 다리가 퉁퉁붓고 5키로가 금새 빠졌다. 그때 엄마가 내가 처음 알바를 한다고 그 마트로 나를 보러오셨는데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어린시절 아무생각 없이 엄마아빠가 하는일은 쉬울꺼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렇게 고생하면서 번 알바돈은 정말 터무니없이 작은 돈이었었다 ..


결혼을 하고 나서 나는 요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결혼전 부모님과 함께 살때는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못했고 심지어 관심조차 없었다. 매일 모든걸 손으로 직접만드시고 인스턴트는 사다 먹이지 않으셨던 엄마는 이런 나의 행동(요리 라면밖에 못하는 여인)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하셨었다. 저렇게 라면 하나 달랑 끓일줄 알아서 미국가서 어찌 살아남을꺼냐고....  


그러던 내가 미국에서 살고있다. 남편은 내가 만든 따뜻한 식사를 기대하고 있었고 나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가만히 앉아 엄마가 나에게 자주 해주셨던 음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한국에서 맨날 뭘 먹고 살았지? 그렇게 요리하시던 엄마의 뒷모습을 생각하면서 때늦은 엄마 뒷모습 흉내가 시작되었고 희한하게도 맛이 그럴법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엄마가 요리를 잘하면 딸도 잘하게 된다 라는 말을 하나보다. 그냥 집에 있었을때는 관심없게 봤던게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하나 다 기억에 조금씩 남아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그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휙 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예를들면 이 야채는 어디다 보관하지? 이런생각이 들면 부모님집에 그 야채가 밖에 있었던게 생각나고 엄마가 야채를 어떻게 다듬 었었던지도 생각이 났다.  




1




그렇게 결혼하고 한달정도가 지나고  나는 김치 만들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한국에선 결혼하고 몇년이 지나도 보통 김치는 집에서 잘 안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개인차 있습니다) 손도 많이 가고 노동력도 많이 들고 그리고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에게 얻어먹을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나는 한국에서 김치를 붙여달라고 할수도 없고 ..내가 만들수 밖에 없었다. 뭐 그래봤자 나랑 남편 먹을양만 만드니 겨우 2포기.. 




절인 배추를 깨끗히 씻는것도 쉽지 않은일이구나




근데... 세상에 그 겨우 2포기를 만드는데 정말 많은 노동력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배추를 다듬고 저리고 젖은 배추를 물에 씻고 또 씻고 그 사이에 김치를 버물일 장을 만들고 갈고 다듬고 마늘을 까고... 아니 겨우 2포기를 만드는데 이렇게 힘든거였다니!! 







우리 부모님은 김장하시는날 100포기를 날잡고 만드시곤 했는데 ... 나는 생각도 없이 김장하는날 그저 수육먹을 생각만하고 있었었는데.... 아니 그랬던 내가 겨우 2포기라고 우습게 봤는데 진짜 그 2포기를 만들고 쇼파와 한몸이 되어 움직이기가 싫어졌다. 물론 뿌듯함도 컸지만 그 2포기가 뭐라고 이렇게 힘든거란 말인가!


김치를 담구고 당근과 사과를 갈아 주서로 생과일 주스를 만들었는데 한병을 만들었다. 그 전에 사과를 손질하고 당근도 손질하고 기계에 넣기만 하는데도 정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었다 (하나하나씩 넣어야 해서) 

그날 오전 11시부터 주방에 들어가서 청소하고 김치만들고 - 사과당근주스 갈고 - 저녁만들고 - 주방다시치우고 했더니 벌써 7시가 다 되어 가는것이었다. 그럼 약 내가 8시간동안 주방에서 일을 했다는건데 요리하는걸 요즘들어 정말 좋아라 하긴 하지만 8시간동안 주방에서 일을 하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온몸이 욱씬거렸다.

진짜 집안일은 끝이 없고 해도 티가 안난다더니 정말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과당근주스가 몸에 참 좋대요~ 책에서 읽고 이제 열심히 먹어보렵니다




"그 김치 그거 그냥 사먹으면 편하고 사과당근주스도 비슷한거 사먹으면 그만인데 나는 왜 이렇게 일을 만들어서 이걸 내손으로 다해놓고 힘들다고 하고있지?" 쇼파에 앉아서 멍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생각을 하고있는데 문득..이게 우리 엄마의 모습이 아닌가? 엄마도 편한것보다 건강을 위주로 힘들어도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주시고 귀찮아도 엄마손으로 직접 만들어주시던 그런 모습을 내가 관심없는것 같아 보였지만 배우려고 한것도 아닌데 그냥 배워버렸던 거다. 


그날 저녁에 너무 피곤해서 잠이 쏟아지는데 엄마에게 문자를 드렸다 

"엄마 오늘 주스만들고 김치 담그면서 종일 주방에 있었는데 참 힘들었어..엄마는 이걸 어찌 매일 다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한국에 있었을때 입으로 배운 "감사합니다" 라는 단어를 오늘은 마음으로 했다 "감사합니다"








'10 p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속의 향수병  (0) 2021.11.15
블로그 다시 시작  (0) 2021.11.15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때 추천하고 싶은 영상  (8) 2016.03.04